[오철우의 과학의 숲] 과학과 윤리 나란히 걷기

2017. 8. 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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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태도와 혁신적인 태도.

오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 줄 수 있는 잠재적 혜택과 잠재적 위험을 따지며 둘 사이에서 지금 갈 길을 찾는 노력은 쉽잖다.

지금 수준에서 유전자 가위의 인간 배아 교정 연구는 꼭 필요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번 연구를 전하는 세계 유수 언론들은 대체로 혁신과 신중의 태도로 안전성과 생명윤리 쟁점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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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철우
선임기자

신중한 태도와 혁신적인 태도. 오지 않은 미래의 기술이 줄 수 있는 잠재적 혜택과 잠재적 위험을 따지며 둘 사이에서 지금 갈 길을 찾는 노력은 쉽잖다. 미래 혜택의 기대가 부풀수록 더욱 그렇다. 지금은 누그러졌지만 노화와 질병의 고통에서 곧 건져낼 것만 같았던 만능 줄기세포의 등장을 둘러싸고 그랬다. 이제 더 큰 변화로 다가오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서도 언뜻 그런 모습을 본다.

최근 미국에서 더 떠들썩한 반응을 일으킨 한국·미국 연구진의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 연구의 결과도 그랬다.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연구자들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로 심장질환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높은 비율로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배아가 생성되는 단계에서 정자에 있는 돌연변이 부분을 교정한 것이다. 유전자 가위를 쓴 인간 배아 연구는 몇몇 있었지만 유전자 교정을 수행하기는 사실상 처음이니, 당연히 국내외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다.

발표 이후에도 후속 보도와 전문가 평들이 이어졌다. 그중에서 깐깐한 생명공학 평론가로 불릴 법한 미국 줄기세포 연구자 폴 노플러 교수(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가 블로그에 쓴 글은 현실적인 임상의 눈으로 바라본 따져보기로 읽혀 흥미로웠다.

글을 읽다보면, 실험실 연구와 실제 의료 적용은 아주 다른 문제다. 유전자 검사를 거친 배아를 선별해 착상하는 의료술(PGD)이 이미 있는데, 질환 유전자를 교정한 배아의 비율을 높이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연구에서 표적이 된 유전자는 비교적 쉽게 교정될 수 있는 부류인데 더욱 복잡한 다른 유전 질환에서는 어떠할 것인가? 유전자 가위가 표적 유전자 외에 다른 부위를 자르는 표적 이탈 효과는 정말 더 없을까? 그의 깐깐함은 이번 연구 발표를 보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물음을 들춰낸다. 지금 수준에서 유전자 가위의 인간 배아 교정 연구는 꼭 필요했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번 연구를 전하는 세계 유수 언론들은 대체로 혁신과 신중의 태도로 안전성과 생명윤리 쟁점을 함께 전했다. 국내 언론매체에선 분위기가 좀 달랐다. 잠재적 혜택과 위험의 균형적인 접근보다 애국과 경쟁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경쟁력 있는 우리 과학기술의 능력이 있는데 법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의 내러티브는 익숙하게 되풀이됐다.

최근 <사이언스>에 유전자 가위에 대한 일반인의 태도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유전자 가위와 관련해 미국 성인 1600명에게 물으니 60% 넘게 생식세포의 유전자 치료에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을 대물림하는 유전질환의 치료에 대한 기대는 높다. 그런데 같은 설문조사에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해하는 집단 중에서 70% 넘는 사람들이 유전자 가위를 사람에게 적용할 때 과학자들은 시민에게 물어야 한다고 답했다. 공론장에서 시민 참여의 요구는 크다.

‘유전자 치료’라는 말에서 많은 이들은 기대를 실현하는 완성된 기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의 실험실 연구는 안전성, 생명윤리 논의와 나란히 걸으면서 미래에 도착할 어딘지 모를 완성 지점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자유 연구에 제약이 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 잠재적 혜택과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인간 배아 연구가 왜 불가피한지에 관해 먼저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사실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 유전자 가위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종종 열리지만 짧은 발표와 짧은 패널 토론을 듣고서 흩어진다. 우리에게 끼칠 변화가 깊고 넓고 크다면, 단막극 같은 소통과 논의가 아니라 이야기가 쌓이는 연속극 같은 소통과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미래팀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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